AI 보컬 엔지니어와 음악가의 삶, 데쟈(Deja)
AI 보컬 엔지니어와 음악가의 삶, 데쟈(Deja)
  • 이종현
  • 승인 2021.01.27 12: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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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보컬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전자음악 아티스트 데쟈(Deja) - 사진제공 : 마노스뮤직>

최근, Mnet의 프로그램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에서 김현식, 거북이와 같은 과거 작고한 가수들의 목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AI 기술의 사운드 엔지니어이자 얼마전 싱글 앨범 [벚꽃놀이]를 발매한 아티스트 데쟈(Deja).

곤지암 어느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는 바깥공기와는 다르게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는 전자 악기들로 즐비하다. 그는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나가며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Q. AI 사운드 엔지니어 기술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데 데쟈라는 아티스트도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  저는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매우, 매우 사랑하는 전자음악 아티스트입니다. 원래 스튜디오 엔지니어로 음악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막연히 제 음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원 석사 과정을 보내면서 신디사이저들을 접하게 되었고, 지금은 모듈러 신디사이저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네요. 

<데쟈(Deja)의 모듈러 신디사이저, 각 케이블의 연결을 달리할 때마다 다른 음악이 연주된다. - 사진제공 : 마노스뮤직>

Q. 보기만 해도 선들이 정말 많아서 정말 신기한데요. 어떤 소리가 나는지도 궁금해요.

- 3집 싱글 앨범 [aDIEu]부터 이번에 발매되는 4집 앨범 [벚꽃놀이]가 이 악기로 제작되었는데요, 이 악기는 우리가 듣는 전자음악의 모든 소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시면 돼요. 모듈러 신디사이저는 마치 레고같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대로 악기를 조립할 수 있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모듈(악기 부품)들을 구매하고 조합하면 자신만의 악기가 탄생하는 거예요. 이 케이블들을 꽂는 위치에 따라서 악기가 자유자재로 변화하거든요. 보통 완제품 악기들은 이미 회로들이 정해져 있는데, 이건 제가 케이블을 꽂는 대로 회로를 변경할 수 있어서 매번 케이블을 바꿀 때마다 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죠.

Q. 꼭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 같군요

- 국내에도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보고 신기해하는 분들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제가 이 악기를 처음 사용할 때만 해도 굉장히 생소했거든요. ‘전화 교환원 같다, 비행기나 우주선 조종사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데쟈의 작업실 전경 및 신곡 [벚꽃놀이]의 주제인 벚나무 - 사진제공 : 마노스뮤직>

Q. 이번 4집 앨범 제목이 [벚꽃놀이]인데, 이렇게 추운 한겨울에 ‘벚꽃놀이’라는 타이틀을 내놓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앨범 소개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 제 작업실 뒤에 한 100년쯤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큰 벚나무가 있어요. 동네 주민들도 벚꽃이 피는 시기엔 지나다니면서 구경하고 갈 만큼 멋있는 벚나무가 제 방에서는 그림처럼 보이거든요.

줄곧 벚꽃이 필 때 이 나무를 보면서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2020년 벚꽃놀이를 하면서 연주했던 음악이 바로 이번 앨범 [벚꽃놀이]예요.

저는 평소에 주로 비트가 강한 음악을 연주하는데, 이번 앨범은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앰비언트 음악이거든요. 벚꽃을 보면서 받은 영감으로 만든 음악이지만 이게 겨울이랑도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선보이게 된 거죠. 또 벚나무는 4계절 모두 나름의 모습을 갖고 있어서 종종 아침에 깨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 눈이 왔을 땐 눈꽃이 펴서 정말 예뻤어요. 

코로나 전에는 마노스뮤직 소속 아티스트들과 모여서 작은 공연을 개최하기도 하고, 홈파티를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 곡을 연주하면서 호평에 힘입어 이렇게 앨범 발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Q. 마노스뮤직은 분위기가 어떤가요?

- 마노스뮤직은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여있어요, 대중적인 가수도 있고, 저처럼 조금 새로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은데, 대부분이 직접 작, 편곡을 하는 창작인들의 집단이라고 볼 수 있죠.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하다 보면 만들 수 있는 소리가 정말 많기도 하지만 저만의 고정관념에 갇힐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가요, 국악, 뉴에이지, R&B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에게서 여러 피드백을 받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마노스뮤직에서도 이런 시너지를 중점으로 협업을 추구하고 있어서, 서로 소통해서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Q. 이번 Mnet ‘다시 한번’에서 거북이와 김현식 AI 보컬 작업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들려주시겠어요?

- 맞아요. 지금 현재 ㈜수퍼톤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로도 일을 하고 있는데 거북이와 김현식 AI 보컬 생성도 그 일 중 하나였어요. 지금도 AI 보컬을 위한 학습 데이터를 만든다거나 AI를 통해 보컬 트랙들을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고, 필요하면 믹싱도 하고 있습니다. 보컬 트랙을 생성하는 건 예전에 제가 스튜디오 엔지니어로 일했을 때랑 굉장히 비슷한 일이에요. 실제 가수들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서 계속해서 녹음을 하고 마음에 드는 버전을 선택하는데, 이번 거북이와 김현식 작업도 마찬가지로 진행됐어요. AI 보컬은 녹음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차이점은 있겠네요.

그리고 이번 1월 29일에도 SBS에서 Mnet 못지않게 재밌는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김광석 AI 보컬을 통해서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동을 전해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Q.  아티스트로서의 데쟈가 바라보는 2021년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 작년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서 다른 아티스트들도 어려웠지만 저도 공연에 설 수 있는 자리가 정말 없었거든요. 그래서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음악을 들려주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저도 올해에는 유튜브, 트위치 방송을 통해 음악을 들려드리고 소통할 예정이에요. 리스너와 직접 소통하면서 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고요,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분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롭거든요. 보컬 AI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 [벚꽃놀이]와 아티스트 데쟈, 앞으로 많이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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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호 2021-01-29 01:55:54
라이브 잘 챙겨보고 있슙!

이양양 2021-01-29 01:52:18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이랄까요!! 정말 흥미로워요!!